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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교계의 기획자들 ②] 설교는 메시지고, 기획은 각인이다
박태남 목사 “기획은 기술이 아니라, 기준을 세우는 신학”

유현우 기자
작성일 2026-02-09 13:31

본문

이해에서 끝나는 설교는 사라진다예배 설계 기준 제시

박태남(정릉 벧엘교회) 목사가 말하는 기획은 방법론이 아니다. 그에게 기획은 목표를 분명히 하는 작업이며, 더 정확히 말하면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버릴 것인가를 결정하는 신앙의 기준이다. 그는 목회 기획은 하나님이 맡기신 일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꾸미고 만드는 일이라고 정의하면서도, 곧바로 전제를 덧붙인다. “전제는 목표입니다. 목표가 흐려지면 기획은 사람을 모으는 기술로 변질됩니다.”

그가 가장 경계하는 지점은 한국 교회가 오랫동안 반복해 온 교회 중심 기획이다. 박 목사는 이를 교회 놀이라는 표현으로 설명한다. 교회의 활동과 시스템이 신앙의 목적처럼 작동하고, 숫자와 확장이 목표가 되는 구조다. 그는 교회는 목표가 아니라 기관이라며, 기획의 타겟 역시 교인이 아니라 사람이어야 한다고 선을 긋는다. 한 사람 한 사람이 하나님 앞에 바로 서는 것이 목표이지, 조직의 유지와 확장은 결과일 뿐이라는 인식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약 25년 전 미국 교회 탐방에서 결정적으로 형성됐다. 당시 여러 교회들이 부흥이 아니라 교회 밖 사람을 어떻게 초청할 것인가에 예배 자체를 치밀하게 설계하는 모습을 보며, 그는 설교와 기획의 관계를 다시 질문하게 됐다. “설교는 쉽게 잊히지만, 스토리는 남는다는 깨달음은 메시지가 성도의 삶에 어떻게 각인되는가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다.

박태남 목사는 그 해답을 예수님의 사역 방식에서 찾는다. 오병이어와 자연환경을 활용한 비유, 상징과 경험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한 예수님의 설교는 단순한 전달이 아니라 상황 전체를 설계한 미장센이었다. 그는 설교가 이해를 넘어 삶으로 이동하려면, 메시지를 보게 하고, 만지게 하고, 느끼게 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기준은 선언에 그치지 않았다. 박태남 목사의 기획은 현장에서 수없이 부딪히고, 실패를 거치며 다듬어졌다. 초기 사역에서 그는 이벤트를 먼저 떠올리고 메시지를 끼워 맞추는 실수를 반복했다. 반응은 있었지만, 예배가 끝난 뒤 마음에 남는 것이 없다는 사실이 그를 멈춰 세웠다. 그때 그가 붙잡은 내부 원칙이 바로 오버하면 죽는다는 말이었다. 기획이 메시지를 가리는 순간, 사역은 방향을 잃는다는 자각이었다.

이후 그는 기획을 혼자 결정하지 않기 시작했다. 매주 팀과 함께 설교와 예배를 점검하며, “이 장치가 메시지를 돕는가, 아니면 가리는가를 반복해 묻는다. 그 과정에서 기획은 더하는 기술이 아니라, 본질을 남기기 위해 빼는 작업으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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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기준이 가장 분명하게 드러난 사례 중 하나가 최근 킨츠기설교였다. 깨진 그릇을 금으로 이어 붙이는 킨츠기의 이미지를 실제 설교 현장에서 보여주며, 상처와 실패를 다시 이어 붙이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전했다. 설명이 아니라 경험으로 전달된 메시지는 성도들의 언어를 바꿨다. 이후 상담 현장에서는 제 인생의 킨츠기 지점이라는 표현이 자연스럽게 사용되기 시작했다. 박 목사는 이를 기획의 중요한 성과로 본다. “언어가 바뀌면 사고가 바뀌고, 행동이 바뀝니다.”

이 기준은 교회 밖 사역으로도 이어졌다. 작은 교회와 사역을 연결한 온갓네트워크는 개인 중심 후원이 아닌 위원회 구조를 택했다. 그는 액수보다 구조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투명하지 않으면 신뢰가 남지 않고, 신뢰가 없으면 네트워크는 오래가지 못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연합기관과 제도권 교계를 향해서도 그는 조심스럽지만 분명한 질문을 던진다. 조직 유지가 목표가 되는 순간, 기획은 방향을 잃는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박태남 목사는 희망을 말한다. 이름 없이 자기 자리에서 다음 세대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존재하며, 그들을 연결하고 기록하는 것이 교계 미디어의 역할이라고 봤다.

박태남 목사가 그리는 미래는 거창한 프로그램이 아니다. 강연보다 질문이 많고, 정답보다 경청이 중심이 되는 라운드테이블같은 자리다. 그는 기획을 혁명이 아니라 축적이라고 말한다. 한 번에 바꾸려 하지 않고, 맑은 질문을 조금씩 흘려보내는 일. 그의 모든 기획에는 하나의 질문이 안전장치로 남아 있다.

이것이 예수님을 더 보이게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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