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한국복음주의협의회, “WEA는 WCC와 달라”… 그러나 남은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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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복음주의협의회(회장 임석순 목사, 이하 한복협)가 오는 10월 열릴 제14차 세계복음주의연맹(WEA) 서울총회를 앞두고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WEA는 세계교회협의회(WCC)와 본질적으로 다른 길을 걸어온 복음주의 단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번 총회를 통해 성경의 권위와 복음주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전 세계 교회의 연대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한복협은 발표한 성명에서 ▲성경의 무오와 무류 고백 ▲예수 그리스도의 유일한 구원자 되심 선포 ▲종교다원주의·신사도운동 거부를 천명했다. 또 “WEA는 WCC처럼 공산주의나 종교다원주의에 타협한 적이 없으며, 복음 전파를 위한 전략적 협력은 있을 수 있지만 신학적 타협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현장에서는 WEA를 둘러싼 의혹과 오해에 대한 해명이 이어졌다. 김상복 목사(한국복음주의협의회 자문위원)는 “나는 10여 년간 WEA 회장으로서 직접 참여했지만, 신사도운동이나 종교다원주의와의 타협은 결코 사실이 아니다”라며 “일부 보도는 현지 문화적 표현이나 제한적 사례를 과도하게 해석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영한 교수(한국복음주의협의회 자문위원)도 “WEA는 신학자 단체가 아니라 교회 연합체”라며 “성경 영감과 무오를 지켜온 정통 복음주의 운동”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기자들의 질문에서는 여전히 “말과 행동의 불일치” 문제가 제기됐다. “WEA는 WCC와 다르다고 했지만, 한복협 내에는 과거 WCC 부산총회 유치 과정에 참여한 교단 인사들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 관계자는 “우리는 단체 차원의 정체성을 말하는 것”이라며 “개별 인사의 행적 전체를 단체 입장과 동일시할 수는 없다”고 답했다.
이 지점에서 교계 일각은 “이영훈 목사의 태도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영훈 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는 과거 여러 차례 “WCC의 신학적 색깔은 복음주의 신앙과 다르다”며 종교다원주의·진보적 신학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동시에 국제 연합의 장(場)으로서 WCC 총회 협력이나 교단 행사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해왔다. 즉, 국제 네트워크에는 협력하되 신학적으로는 분명히 선을 긋는 태도를 보여온 것이다. 그는 “한국교회가 WCC에 대해 올바른 이해와 분별이 필요하다”고도 강조해왔다.
따라서 비판자들은 “이영훈 목사처럼 지금이라도 한복협 회원 개개인도 WCC에 대해 분명한 태도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한다. 단체 차원의 성명만으로는 부족하며, 실제 각 교단과 지도자들의 과거 행보와 현재 입장이 일치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기자회견은 WEA 서울총회를 앞두고 불거진 논란을 의식한 자리였다. 최근 일부 교단과 신학자들이 “WEA가 신학적 순수성을 잃었다”고 문제를 제기한 데 대해, 한복협은 오히려 “WEA는 성경적 진리를 지켜온 거룩한 방파제”라고 역설했다. 그러나 과거 WCC 참여 논란, 신사도운동 의혹, 동성애 대응 문제 등은 여전히 남은 쟁점으로 꼽힌다.
한복협의 천명처럼 이번 서울총회가 ‘신학적 타협이 없는 연합’임을 증명할 수 있을지, 그리고 한국교회가 국제무대에서 복음주의 정체성을 일관되게 보여줄 수 있을지는 오는 10월 총회 이후 판가름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