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한국 교회, 세계 개혁주의의 새 역사를 쓴다
‘서울개혁주의네트워크’ 출범...22개 교단 참여로 보수 개혁주의 글로벌 연대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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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5일과 26일 제110회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총회 기간 중 충현교회와 삼정호텔에서 개최되는 ‘세계개혁주의교단 및 아시아교회지도자대회’가 단순한 국제 교류 행사를 넘어 한국 교회가 세계 기독교 역사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개혁주의와 함께하는 세계교회’(Toward the Global Reformed Church, Together)를 주제로 한 이 대회를 통해 공식 출범하는 ‘서울개혁주의네트워크(Seoul Reformed Network)’는 22개 교단이 참여하는 글로벌 보수 개혁주의 연대체로서, 진보적 신학의 물결 속에서도 확고한 개혁주의 신앙의 구심점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분화하는 세계 개혁주의, 새로운 대안 모색
현재 세계 개혁주의는 뚜렷한 두 흐름으로 나뉘어 있다. 세계개혁교회연맹(WCRC)은 1억 명 이상의 회원을 보유한 최대 규모 연합체로, 에큐메니컬 운동과 사회 정의, 환경, 젠더 문제 등에 적극 참여하며 진보적 신학 스펙트럼을 보인다. 국내에서는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과 한국기독교장로회 등이 여기에 속한다.
반면 국제개혁주의연맹(ICRC)은 성경의 무오성과 신앙고백에 충실한 보수 신학을 고수한다. 네덜란드 개혁교회가 여성 안수를 허용한 후 회원권을 정지시킨 사례에서 보듯, 역사적 신앙고백을 철저히 지키려는 강한 의지를 보여왔다. 국내에서는 대한예수교장로회(고신)가 가입했다.
이러한 기존 연합체들의 뚜렷한 신학적 지향 속에서, 역사적 신앙을 수호하려는 교단들의 새로운 연대에 대한 갈망이 커져 왔다. 특히 아시아 교회의 급성장과 함께, 이 지역 보수 개혁주의 교단들을 아우르는 새로운 플랫폼의 필요성이 절실해진 상황이다.
아시아 중심 22개 교단 대연합
이번 대회 참가가 확정되거나 예정된 22개 교단을 살펴보면, ‘서울개혁주의네트워크’의 글로벌한 성격과 아시아 중심적 특성을 확인할 수 있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14개 교단이 참여한다. 동남아시아에서 인도네시아개혁복음교회(IREC), 필리핀장로교회(GAPCP), 베트남장로교회(VPC), 라오복음교회(LEC), 미얀마침례교회연합(MBCU) 등이, 동아시아에서 일본그리스도개혁파교회(RCJ), 일본동맹기독교단(JACC) 등이 참석한다. 남아시아에서는 인도의 방갈로르장로교회와 은혜장로교연합회(GPF)가 합류했다.
한국에서는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합신·대신·순장 등 4개 교단이 참여하며, 미주한인예수교장로회(KAPC), 재일대한기독교회(KCCJ), 미국장로교회 한인교회협의회(PCA CKC) 등 재외한인교회 6개 교단도 함께한다.
서구 교단으로는 호주장로교회(PCA), 북미개혁교회(CRC) 등이 참여해 동서양을 아우르는 연대 양상을 보인다.
서울개혁주의네트워크, 창립초기 한국에 ‘사무총장’과 ‘사무국’ 둔다
이번 대회에서는 26일 ‘세계개혁주의교단 및 아시아교회 지도자대회 포럼’을 통해 네트워크가 공식 조직된다. 오정호 목사(새로남교회)가 ‘한국교회에 내려주신 하나님의 특별한 은혜’를, 안인섭 교수(총신대)가 ‘개혁주의 유산과 미래: 글로벌 연대를 향한 서울개혁주의 네트워크의 신학적 제언’을 주제로 강의한다.
‘서울개혁주의네트워크’는 성경의 절대적 권위와 무오성, 웨스트민스터 표준문서 및 개혁주의 3대 일치신조(벨직 신앙고백,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 도르트 신경) 수용, 교회 일치의 기초 위 지역 적용의 다양성 존중 등을 신학적 기반으로 삼는다.
조직 구성은 준비위원회와 각 대륙별 대표자들로 구성된 운영위원회를 두고 대표(의장)를 선출한다. 산하에는 신학위원회와 정책위원회를 두어 집행 사역을 담당하며, 창립 초기에는 한국에 ‘사무총장’과 ‘사무국’을 두어 행정 업무를 추진할 계획이다.
주요 활동으로는 연례 국제포럼, 신학·윤리·사회 현안 공동성명, 신학교육 및 교재 공동 개발과 다국어 출판, 선교·재난·난민 사역 협력 등이 계획되어 있다. 향후 온라인 세미나와 학술지를 통한 연구·정책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고, 안정화 후에는 대륙 순환 포럼과 글로벌 데이터베이스 구축까지 확장할 예정이다.
한국교회 위상 변화 측면에서 특별한 의미
이번 대회는 준비위원장 신종철 목사(예인교회)를 중심으로 서기 임병선 목사(용인제일교회), 총무 이국진 목사(예수비전교회), 안인섭 교수(총신대학교 역사신학), 회계 한병지 장로(서대문교회) 등 5명의 준비위원회가 체계적으로 진행해왔다.
이번 네트워크 출범은 한국 교회의 위상 변화라는 측면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과거 서구 선교사들의 도움을 받던 한국 교회가 이제는 세계 교회의 신학적 방향성을 제시하고 연대를 이끄는 주체로 나선 것이다.
이는 짧은 기간에 세계 최대 규모의 개혁주의 교단 중 하나로 성장한 한국 교회의 저력과 함께, 아시아 교회의 부상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으로 평가받는다.
새로운 개혁주의 리더십의 시작
‘서울개혁주의네트워크’의 출범은 한국 교회가 세계 개혁주의의 보수 진영을 아우르는 새로운 리더십을 공식적으로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이는 단순히 한국 교회의 위상을 높이는 것을 넘어, 복음의 순수성을 지키고자 하는 전 세계 성도들에게 새로운 희망과 비전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보수와 진보로 양분되는 개혁주의 진영의 분화가 더욱 심화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어, 향후 이 네트워크가 건설적인 신학 담론과 선교 협력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국 교회의 이러한 담대한 발걸음을 통해, 종교개혁의 위대한 정신이 21세기에도 살아 숨 쉬는 모습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