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WEA 서울선언, 21세기 복음주의의 방향 제시한 이정표”
WEA 신학위원 이국진 목사에게 듣는 한국교회 적용 의미
본문
2025년 WEA 서울총회에서 발표된 ‘서울선언’이 한국교회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에 대해 WEA 신학위원으로 참여한 이국진 목사(전주 예수비전교회)는 이번 선언을 “급변하는 디지털 시대와 현대 윤리적 도전에 대한 복음주의자들의 성경적 답변”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본지와 서면인터뷰에 응한 이 목사는 서울선언이 로잔언약·마닐라 선언 등 기존 복음주의 전통 위에 서 있으면서도, 기술 발전·젠더 이슈·AI 윤리 등 21세기의 새로운 과제를 구체적으로 다룬 점을 특징으로 꼽았다. 특히 제자훈련을 핵심 과제로 강조한 것을 두고 “한국교회가 추구해온 제자도의 정당성을 분명히 밝힌 문서”라고 설명했다. 그가 가장 인상 깊게 인용한 문장은 “우리의 믿음은 추상적인 이론이 아니라 삶으로 드러나는 진리이며, 우리는 행동하는 제자들”이라는 대목이다.
서울선언이 반복돼 온 WEA 관련 신학 논란을 정리하는 역할도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WEA가 예수 그리스도의 유일성을 부정한다거나 종교다원주의를 주장한다는 비방은 근거가 희박하다”며 “선언문을 진지하게 읽어본다면 오해는 충분히 풀릴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번 선언은 목회자뿐 아니라 성도 개인의 신앙에도 실제적 지침이 된다고 설명했다. AI·기술 윤리, 젠더 이데올로기, 기후위기 등 성도들이 일상에서 마주하는 문제에 대해 “분별력 있고 성경적인 가이드를 제공한다”고 평가했다.
북한 인권·예배의 자유·차별금지법 등을 언급한 데 대해서는 “복음주의권의 공적 책임을 드러낸 시대적 응답”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다만 서구 교회의 급격한 쇠퇴에 대한 보다 심도 있는 논의가 향후 보완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한국교회가 선언을 실제로 적용하기 위해서는 강단과 교육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설교가 기복적 차원을 넘어서 성도의 삶 전체가 선교적 사명임을 전해야 한다”며 “교단 역시 소모적 정치 싸움을 내려놓고 본질 회복에 집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이번 서울선언이 후대에 다음과 같이 기록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교회가 세계교회를 섬기고 선도하는 전환점이 되었고, 선언문은 21세기 문제들에 대한 복음주의적 답변을 제시한 이정표였다.”
다음은 이국진 목사와 진행한 일문일답이다.
1. 목사님께서 보신 WEA 서울선언을 한 문장으로 요약한다면 무엇입니까?
저는이 선언문이 “급변하는 디지털 시대와 현대 윤리적 도전에 대한 복음주의자들의 성경적 답변”이라고 요약하고싶습니다.
2. WEA 서울선언은 로잔언약, 마닐라 선언 등 기존 복음주의 선언들과 비교할 때, 어떤 점은 같고 어떤 점은 다르다고 보십니까?
공통점은 당연히 같은 신앙고백 위에 서 있다는 점입니다. 성경을 신앙과 삶의 최종적인 권위로 받아들이고,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만 구원을 얻을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전도와 사회적 책임을 모두 교회의 사명으로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일치를 보이고 있습니다.
차이점은 21세기의 급변하는 환경, 특히 기술 발전 상황과 윤리적 문제에서 기존 선언이 구체적으로 다루지 않았던 현대적 과제들에 대해 복음주의적인 관점에서 답을 주려고 했다는 점입니다. 더불어 제자 훈련을 우리가 추구해야 할 핵심 과제로 강조했다는 점이 서울 선언의 특징적인 면이라 하겠습니다.
3. 서울선언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보셨을 때, 목사님께 가장 인상 깊었던 문장이나 단락은 어디였습니까? 그리고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우리의 믿음은 추상적인 이론이 아니라, 삶으로 드러나는 진리입니다. 우리는 단지 믿는 자가 아니라, 서로에게 속한 공동체이며, 행동하는 제자들입니다”라는 표현이 인상깊었습니다. 그동안 한국교회가 추구해 온 제자 훈련이 사실상 예수님의 지상명령에 기초한 것이며, 우리의 믿음의 본질을 드러내주는 것인데, 이것을 분명하고 선명하게 밝혔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4. 이번 서울선언이 그동안 한국교회 안에서 제기되던 WEA 신학 논란과 오해를 어떤 면에서 정리하거나 바로잡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사실 WEA에 대해 한국 교회 내에서는 근거가 희박한 반대가 있었습니다. WEA는 예수 그리스도의 유일성을 부인하고, 종교다원주의를 주장하거나 성경의 권위를 부정하는 것처럼 비방당해왔습니다. 하지만 이번 서울 선언문은 이 문제에 대해서 WEA가 견지하는 복음주의적 신앙이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서울 선언문을 진지하게 읽어본다면 그동안의 오해를 확실하게 풀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5. 서울선언은 교단과 지도자들뿐 아니라 평신도 한 사람 한 사람에게도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일반 성도 개인에게 이 선언이 주는 가장 큰 메시지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WEA 서울 선언은 신학자나 목회자뿐만 아니라 일반 성도들의 일상적인 신앙생활과 세계관 형성에도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이 선언은 성도들이 복음주의 신앙의 핵심을 굳건히 붙잡고, 동시에 현대 사회의 복잡한 문제들에 대해 성경적 지혜를 가지고 대응할 수 있는 지침을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일반 성도들이 일상에서 접하는 가장 첨예한 문제들에 대해 복음주의적 관점을 제공합니다.
기술과 AI 문제에 관해서는 기술을 무분별하게 받아들이거나 무조건 배척하는 대신, 인간의 존엄성을 중심으로 분별력 있고 윤리적으로 기술을 사용하도록 가이드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젠더 및 성 윤리에 관해서는 현대 사회의 혼란을 야기하는 젠더 이데올로기와 성 윤리 문제에 대해, 창조 질서에 기초한 명확한 성경적 입장을 제공합니다. 이는 성도들이 세상의 가치관에 흔들리지 않고 자녀를 양육하거나 가치관을 정립하는 데 도움을 줄 것입니다.
기후 위기와 환경 문제에 대해서도 성도들이 단순히 세속적인 운동에 동참하는 것을 넘어, 하나님이 맡기신 창조 세계를 돌보는 청지기적 책임을 신앙의 행위로 인식하도록 돕습니다.
더 나아가, 서울 선언은 성도들의 삶 전체가 선교적 사명임을 강조합니다. 복음 전파(전도)뿐만 아니라 사회적 책임(Social Responsibility), 즉 빈곤 퇴치, 정의 실현, 봉사 활동 등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제자도의 필수적인 부분임을 보여줍니다. 따라서 성도들의 직업과 일터가 단순한 생계 수단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를 확장하고 복음을 증거하는 거룩한 소명(Calling)의 장임을 깨닫고, 모든 영역에서 기독교적 가치관을 가지고 일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6. 선언문 안에 북한 인권, 예배의 자유, 포괄적 차별금지법 같은 민감한 공적 이슈들이 담겨 있습니다. 이런 주제들이 포함된 것을 한국교회와 세계교회 차원에서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WEA 서울 선언문이 이처럼 민감한 공적 이슈들을 명확하게 언급한 것은 시대적 요청에 대한 복음주의권의 적극적인 응답으로 평가받을 수 있습니다. 사실 세계 교회는 종교의 자유 확대를 위해 계속 노력해왔고, WEA와 같은 단체가 그런 역할을 끊임없이 해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공적 이슈들은 단순히 몇몇 교회들이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국제적인 연대가 반드시 필요한 문제입니다. 세계교회가 이런 문제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기도하며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은 아주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7. 목사님이 보시기에 서울선언은 분명 의미 있는 문서이지만, 여전히 보완이 필요하거나 더 다뤄졌으면 하는 지점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현재 기독교의 쇠퇴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원래 복음이 왕성했던 유럽에서의 쇠퇴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 즉 서구 교회의 쇠퇴에 대한 더욱 심도 있는 연구와 구체적인 대책들이 앞으로는 더 연구되고 선언문에 담겼으면 하는 것이 저의 소망입니다.
8. 이번 WEA 서울총회와 서울선언을 계기로, 한국교회가 하나님 앞에서 특히 회개하거나 재고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WEA 서울 선언문은 교회가 추구해야 할 복음의 본질에 대해서 분명하게 밝혀주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한국교회는 우리의 모습이 복음의 본질에서부터 벗어나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보고 교회의 본질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특히 우리 한국교회는 세속적인 성공주의와 물량주의가 신앙의 본질을 압도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습니다. 교회의 규모나 재정적 풍요를 하나님의 축복과 동일시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이는 복음의 핵심인 십자가의 희생과 섬김을 희석시키고, 교회 내외부의 가난하고 약한 이들을 외면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또한 권위적이고 비민주적인 리더십 구조와 세습 문제 등, 성경적 청지기 정신과 예수님의 섬김의 리더십에서 벗어난 행태를 가지고 있는 것을 반성하고, 복음의 본질로 돌아가야 할 것입니다.
9. 서울선언이 단지 문서로 남는 것을 넘어, 실제 목회 현장과 성도들의 신앙생활 속에서 살아 움직이려면 구체적으로 어떤 적용과 실천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예를 들어 설교, 교육, 교단 차원의 결단 등에서요.
첫째, 설교의 메시지가 변화되어야 합니다. 설교가 단순히 기복적인 신앙의 차원에서만 머물 것이 아니라, 이 세상에서 성도들의 삶 자체가 선교적 사명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이러한 강단의 변화는 신학교에서의 신학교육에 반영이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둘째, 교단적으로는 소모적인 정치 싸움을 배제하고, 복음의 본질을 회복하는 일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10. 나중에 교회사 책에서 2025년 WEA 서울선언을 한 줄로 평가한다면, 목사님은 어떤 문장으로 기록되기를 바라십니까?
이렇게 기록되었으면 좋겠습니다. “WEA 서울 총회는 서구로부터 복음을 받아들였던 한국교회가 선교 140년이 지나, 이제는 세계 교회를 섬기고 더 나아가 선도하는 기회가 되었으며, 여기서 나온 서울 선언문은 논란이 되었던 문제들과 21세기의 첨예한 문제들에 대한 복음주의자들의 명확한 답변을 제시한 이정표가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