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 헌법, ‘무엇을 믿나’에서 ‘무엇을 설교할 수 있나’로
동성애 등 기존 신학정체성 선언에 사회·인권·정치·사법 문제의 선포와 변증 연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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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회 총회, 예배모범 개정안 수용했지만 노회 수의 남아…설교의 자유와 법적 한계 주목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총회(총회장 정영교 목사)가 목회자의 설교 범위를 헌법에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작업에 나섰다. 동성애와 성윤리 등 교단의 신학적 입장을 선언하는 데서 나아가 사회·인권·정치·사법 문제를 성경적으로 분별하고 선포·변증하는 내용을 예배모범에 담으려는 것이다.
합동총회가 제111회 정기총회에서 관련 개정안을 받아들이면서 설교의 범위를 제도적으로 구체화하는 절차가 시작됐다. 다만 이번 결정으로 헌법 개정이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다. 전국 노회의 수의 절차가 남아 있어 개정안의 실제 시행 여부는 향후 노회들의 판단에 달려 있다.
이번 개정안은 교단의 신학적 정체성과 목회자의 설교 직무를 연결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동시에 교단이 설교의 범위를 정하는 것과 국가법상 설교행위가 어디까지 보호되는지는 구분해야 한다는 과제도 남긴다.
동성애에 대한 교단의 입장은 이미 명문화
이번 개정안의 의미를 이해하려면 합동총회가 기존에 채택한 신학정체성 선언문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총회 헌법에 수록된 신학정체성 선언문 제9장 ‘사회적 책임’은 신자가 개인의 신앙생활뿐 아니라 사회에서도 하나님의 창조질서와 도덕법을 따라야 한다고 규정한다. 사회구조가 하나님의 뜻에 합당하지 않을 경우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특히 동성애를 하나님의 창조질서와 도덕규범에 반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낙태와 안락사에 대해서도 교단의 신학적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제9장 해설의 ‘성 윤리’ 항목은 관련 입장을 더욱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이는 이번 총회가 동성애에 관한 입장을 처음 헌법에 도입한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해당 사안에 대한 교단의 신학적 판단은 이미 공식 문서에 명시돼 있었다.
교회와 국가의 관계 역시 기존 선언문에 규정돼 있다.
제10장은 국가와 교회가 각각 독립적이고 고유한 권한을 가진다고 설명한다. 국가가 예배·성례·권징·신앙 등 교회의 고유영역에 임의로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다만 공적 정의를 위해 불가피하거나 교회의 활동이 다른 영역의 권한과 충돌하는 경우에는 국가의 관여가 가능하다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기존 선언문이 교단의 신학적 입장과 교회·국가의 관계를 제시했다면, 이번 예배모범 개정안은 그 입장을 목회자의 설교행위와 연결하려는 시도로 해석할 수 있다.
이번 개정안은 목포서노회장 정상록 목사가 헌의한 헌법 예배모범 제6장 제2조 보완 청원에서 출발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기존 설교 관련 조항에 윤리·도덕·역사·사회·국가·인권·정치·사법·이교·이단 등의 문제를 성경으로 분별하도록 선포하고 변증한다는 내용을 추가하는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표현은 ‘선포와 변증’이다.
개정안은 특정 사회 현안에 대한 교단의 입장을 새로 정하는 데 초점을 맞추기보다, 다양한 현안을 성경적으로 해석하고 설명하는 행위를 설교의 범위에 포함시키려 한다. 설교가 교회 내부의 신앙생활에만 국한되지 않고 사회와 국가의 문제까지 다룰 수 있다는 입장을 예배모범에 명시하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개정은 기존 신학정체성 선언문과 결합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선언문이 동성애와 생명윤리 등에 관해 ‘무엇을 믿는가’를 밝힌다면, 예배모범 개정안은 그러한 문제를 목회자가 설교에서 ‘어떻게 다룰 수 있는가’에 관한 제도적 근거를 구체화하는 성격을 갖는다.
그러나 총회의 개정안 수용과 헌법 개정의 최종 확정은 별개다.
합동총회는 헌법 개정 과정에서 전국 노회의 수의를 거친다. 실제로 지난해 제110회 총회가 결의한 여성 강도사 관련 헌법 개정안은 올해 제111회 총회에서 노회 수의 결과 필요한 찬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보고돼 최종 부결됐다. 총회 의결만으로 개정이 완성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번 예배모범 개정안 역시 노회 수의를 통과해야 헌법 개정의 효력을 갖게 된다. 따라서 현 단계에서 ‘설교권을 헌법에 명문화했다’고 단정하기보다 ‘설교 범위 명문화에 나섰다’고 설명하는 것이 정확하다.
교단의 자치규범, 설교의 자유를 어디까지 보호하나
이번 개정안은 향후 종교의 자유와 국가의 법적 규율이 충돌하는 상황에서도 의미를 가질 수 있다.
교단 헌법에 사회·인권·정치·사법 문제의 성경적 선포와 변증이 설교자의 직무로 명시된다면, 개별 목회자는 관련 설교가 개인의 사적 견해를 넘어 교단의 교리와 예배규범에 따른 종교행위라는 점을 설명할 근거를 갖게 된다.
가령 향후 차별금지 관련 입법과 교회의 성윤리 설교 사이에 법적 분쟁이 발생한다면, 기존 신학정체성 선언문과 새 예배모범 조항이 해당 발언의 종교적 성격을 판단하는 자료로 제시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효과는 아직 법률적으로 확인된 결론이 아니라 개정안에 대한 해석과 전망이다. 교단 내부규정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국가법의 적용이 배제되거나 모든 설교행위에 법적 면책이 부여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 법적 판단에서는 발언이 이뤄진 장소와 맥락, 설교의 구체적인 내용, 적용되는 법률의 규정, 타인의 권리 침해 여부 등이 함께 검토될 수 있다.
특히 정치 문제를 설교에서 다룰 수 있다는 규정이 특정 후보자에 대한 선거운동이나 모든 형태의 정치적 발언까지 허용한다는 의미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사회 현안에 대한 성경적 해석과 구체적인 정치적 행위 사이의 경계는 별도로 검토해야 할 문제다.
합동총회의 이번 개정안은 설교의 주제를 명문화하려는 시도이면서, 동시에 교단이 선언한 신학적 입장을 목회 현장에서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에 관한 일례다.
이제 판단은 전국 노회로 넘어가게 된다. 노회들이 개정안을 받아들일 경우 설교의 범위에 관한 교단의 공식 규범은 한층 구체화된다.
노회 수의와 별개로 한국교회에 남는 질문도 있다. 사회와 정치 문제를 설교할 수 있다는 원칙을 넘어, 성경적 선포와 목회자 개인의 정치적 견해를 어떤 기준으로 구분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이번 개정안이 제기한 설교의 범위에 관한 논의는 설교의 자유뿐 아니라 그 자유를 행사하는 방식과 책임에 대한 논의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