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개혁주의 교단, 서울서 국제 연대 모색
안인섭 교수 “세계 개혁주의 연대, 지배 아닌 상호 협력으로 나아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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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아프리카·미주 등 교단 지도자 한자리에
서울개혁주의네트워크 통한 공동연구·교단 협력 구상 제시
세계 개혁주의 교단과 아시아 교회 지도자들이 서울에 모여 국제적 신학 연대와 교단 간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2026 세계 개혁주의 교단 및 아시아 교회 지도자 대회’가 17일부터 18일까지 서울 사랑의교회에서 ‘개혁주의와 함께하는 세계교회’를 주제로 열렸다. 행사 자료에는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일본, 네팔, 캄보디아, 남아프리카공화국, 태국, 베트남, 미국, 페루 등 각국 개혁주의 및 장로교 계열 교단과 기독교 기관 관계자들이 참석 교단 및 인사로 소개됐다. 한국에서도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과 고신, 대신, 합신 등 주요 장로교단 관계자들이 함께하는 것으로 안내됐다.
이번 대회는 단순한 국제 친선 교류보다 세계 개혁주의 교회들이 신학적 정체성을 공유하면서도 각 교단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새로운 협력 구조를 모색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특히 세계교회 지형 변화에 맞춰 기존의 일방향적 선교와 신학 전달 방식을 넘어 상호 학습과 공동연구, 지속적인 교단 협력으로 나아갈 필요성이 주요 의제로 제시됐다.
이 같은 문제의식을 구체적으로 풀어낸 발표가 안인섭 교수의 발제다. 안 교수는 ‘세계기독교 시대, 개혁주의 연대의 새 모델: 서울개혁주의네트워크의 신학적 토대와 미래’를 주제로 세계교회의 변화와 종교개혁의 국제적 네트워크 전통을 짚고, 이를 오늘의 개혁주의 국제연대에 적용할 방향을 제안했다.
세계교회 지형 변화, 일방적 전달에서 상호 배움으로
안 교수의 문제의식은 세계 기독교의 지형 변화에서 출발한다. 그는 세계 기독교의 무게중심이 유럽과 북미에서 아시아와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등 이른바 글로벌 사우스로 확대되고 있다는 세계 기독교학의 논의를 소개했다.
이 같은 변화 속에서 서구 교회가 신학과 선교 경험을 전달하고 다른 지역 교회가 이를 수용하는 일방향적 관계만으로는 세계교회의 현실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안 교수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상호 배움’, ‘상호 지원’, ‘상호 책임’을 강조했다. 서로 다른 지역 교회가 각자의 신학과 선교 경험을 공유하고 공동의 문제에 함께 대응하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세계교회의 중심을 단순히 서구에서 비서구권으로 이동시키자는 주장과는 다르다. 발제의 핵심은 새로운 중심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여러 지역의 교회가 서로의 경험을 인정하며 연결되는 협력 구조를 형성하는 데 있다.
“종교개혁은 국제적 네트워크였다”
안 교수는 이 같은 국제연대가 최근 세계화에 대응하기 위해 새롭게 만들어낸 방식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16세기 종교개혁 당시 개혁자들과 교회들이 지역과 국가의 경계를 넘어 서신과 신학적 교류, 신앙고백 등을 통해 서로 연결돼 있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종교개혁 초기부터 개혁교회는 하나의 중앙조직에 편입되는 방식보다는 공통된 신학적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서로 연결되는 국제적 네트워크를 형성했다는 것이다.
안 교수는 이러한 역사적 전통이 오늘날 국제적인 개혁주의 교단 연대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봤다.
특정 교단이나 국가가 다른 교회를 지휘하거나 통제하는 구조가 아니라, 각 교단의 독립성을 존중하면서 신학적 공통성과 공동의 선교 과제를 중심으로 협력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그가 말하는 ‘연대’는 교단 통합보다는 교단 간 네트워크와 공동연구에 가깝다.
서울은 새로운 중심 아닌 세계교회 잇는 허브
안 교수의 제안은 서울개혁주의네트워크(Seoul Reformed Network, SRN) 구상으로 이어진다.
그는 서울의 역할을 세계 개혁주의의 새로운 ‘센터(center)’가 아니라 각 지역 교회를 연결하는 ‘허브(hub)’로 설명했다. 발제문에 제시된 ‘From Geneva through Seoul to the World’라는 표현도 이러한 구상을 압축하고 있다.
제네바로 상징되는 개혁주의의 역사적 유산을 서울을 거쳐 세계 각 지역 교회와 연결하되, 서울이 제네바를 대체하거나 새로운 권력 중심이 돼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안 교수는 이를 지속 가능한 국제협력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했다. 국제 컨퍼런스를 통해 공동 연구과제를 선정하고 신학적 공동연구를 진행한 뒤, 그 결과를 서울개혁주의네트워크 보고서로 축적하는 방식이다.
발제문에는 운영위원회와 신학위원회, 정책위원회를 두는 조직 구상도 담겼다. 다만 이는 발제 단계에서 제안된 운영 모델로, 구체적인 참여 교단과 권한, 운영 방식은 후속 논의를 통해 확정될 사안이다.
이번 대회의 의미도 이 지점에서 찾을 수 있다. 행사 자료에 따르면 필리핀장로교회 총회, 일본그리스도개혁파교회, 네팔장로교회, 캄보디아장로교회, 남아프리카공화국개혁교회, 세계개혁교회협의회, 태국복음주의연맹, 베트남장로교회, 북미주개혁교회, 미주한인예수교장로회 등 다양한 교단과 기관 관계자들이 참석 명단에 포함됐다.
서로 다른 역사와 문화적 배경을 가진 개혁주의 교단 지도자들이 서울에서 신학과 선교, 교단 협력의 과제를 논의한다는 점에서 이번 대회는 국제 네트워크 형성 가능성을 시험하는 자리로 볼 수 있다.
향후 관건은 이번 만남이 일회성 국제행사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공동연구와 교단 간 지속적인 협력으로 이어지느냐다. 안 교수의 발제가 제시한 ‘센터가 아닌 허브’, ‘일방적 전달이 아닌 상호 배움’이라는 방향이 서울개혁주의네트워크를 통해 얼마나 구체화될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