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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주의 신학, 정답을 말하는 체계인가 질문에 응답하는 전통인가
이국진 목사 발제로 본 개혁주의 신학과 AI 시대의 공통 질문

유현우 기자
작성일 2025-12-18 02:15

본문

무엇을 믿느냐보다, 어떻게 믿게 되었는가

AI는 점점 더 그럴듯한 답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그 답이 어떤 과정을 거쳐 형성되었는지를 묻지 않는 순간, 확신은 위험이 된다. 이 문제의식은 기술 영역을 넘어 신학의 영역에서도 동일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는 신앙의 내용을 흔들기 위한 질문이 아니라, 신앙이 형성되는 과정을 더욱 성경적으로 점검하자는 요청이다.

예장합동 총회세계개혁교회교류 및 대외협력위원회(위원장 신종철 목사)1215일 대전 판암교회에서 개혁주의와 함께하는 세계교회를 주제로 공개세미나를 열고, 개혁주의 신학의 현재 과제와 국제 연대 방향을 논의했다. 이날 세미나는 교단의 신학적 정체성을 전제로, 그 정체성을 오늘의 현실 속에서 어떻게 책임 있게 적용할 것인지를 모색하는 자리로 진행됐다.

첫 발제자로 나선 이국진 목사(예수비전교회)는 개혁주의 신학을 정답을 축적해 온 체계가 아니라 시대가 던진 질문에 대해 교회 공동체가 성경으로 응답해 온 역사로 설명했다. 그는 초대교회의 할례 논쟁, 성경 정경 확립, 삼위일체와 기독론 논쟁, 종교개혁기의 이신칭의 교리 형성 등을 언급하며 신앙고백은 결코 임의적인 산물이 아니라, 특정 시대의 질문 앞에서 성경을 최고의 기준으로 삼아 검증해 온 결과물이라고 강조했다.

이 목사는 이어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의 권위를 분명히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17세기 교회의 질문에 대한 충실한 응답이라는 역사적 맥락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신앙고백의 권위를 약화시키기 위한 문제가 아니라, 신앙고백이 스스로 고백하고 있는 성경의 최종 권위를 더욱 정직하게 따르자는 제안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개혁주의 신학의 본질은 전통을 지키는 데 그치지 않고, 모든 전통을 말씀 앞에 세우는 데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단기 연구와 즉흥적 결의가 반복되는 합동총회 구조의 한계를 지적하며, 장기적 신학 연구와 공론화, 공동체적 분별 과정을 통해 보다 책임 있는 신학적 판단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는 교단의 기존 결의들을 부정하기보다, 향후 결정들이 더 깊은 신학적 신뢰를 얻기 위한 제도적 보완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최근 AI 윤리 논의에서 제기되는 질문과도 닮아있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해 정답처럼 보이는 결과를 제시하지만, 그 답이 어떤 출처와 변형 과정을 거쳤는지를 묻지 않으면 심각한 오류와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교회 역시 전통이기 때문에”, “이미 결의되었기 때문에라는 이유만으로 질문을 멈춘다면, 오히려 신앙의 공공성과 설득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사회적 담론에서도 유사한 문제의식이 제기되고 있다. 생태학자 최재천 교수가 제시한 숙론개념은 갈등의 초점을 누가 옳은가에서 무엇이 옳은가로 옮기는 과정을 강조한다. 개인의 확신이나 진영의 승패가 아니라, 충분한 정보와 검증, 상호 경청을 통해 공동의 판단에 이르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은 이국진 목사가 강조한 개혁주의 신학의 공교회적 분별, 즉 개인이나 특정 집단의 확신을 넘어 공동체가 함께 성경 앞에서 답을 모색해야 한다는 문제의식과도 맞닿아 있다.

결국 AI 시대는 교회에도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얼마나 많은 답을 말하느냐보다, 그 답이 어떤 성경적·공동체적 검증을 거쳐 형성되었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가 하는 물음이다. 이국진 목사의 발제는 개혁주의 신학이 변화를 추구하는 신학이기보다, 언제나 성경 앞에서 자신을 점검하는 신학임을 다시 한번 환기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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