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홍 목사 “소명은 있는데 기회가 없었던 사람들에게 다시 길을 열고 싶었습니다”
38년 선교 현장에서 ‘사람을 세우는 일’ 고민, 카리스선교신학원 설립으로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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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60대 입학생, 학문보다 사명 때문에 입학, 학위 넘어 다시 사역할 자신감 갖길”
[다시, 신학을 시작하다 ②]
김기홍 목사가 카리스선교신학원을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바라본 사람들은 신학에 처음 관심을 갖는 청년들이 아니었다. 이미 목회하고 있고 선교하고 있지만, 여러 사정으로 정규 신학교육의 기회를 충분히 얻지 못했던 사람들이었다.
특히 50~60대 사역자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다. 단순히 “신학이라는 학문을 한번 공부해보자”는 호기심보다는 목회와 선교에 대한 분명한 소명의식이 있다는 것이다. 김 목사는 “하나님 앞에서 특별한 소명을 받고 사역자로 헌신하고 싶지만 여러 형편 때문에 그 과정을 제대로 밟지 못했던 분들이 있다”고 했다. 오프라인 신학교에 정기적으로 다니기 어렵고, 이미 맡은 사역을 내려놓을 수도 없는 현실이 이들의 선택을 가로막아 왔다는 설명이다.
카리스선교신학원은 바로 이 틈에서 시작됐다.
“젊은 세대보다 먼저, 지금 필요로 하는 사람을 봤습니다”
김 목사는 오늘의 신학교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문제 가운데 하나로 젊은 세대의 목회·선교 헌신 감소를 꼽았다. 젊은이들이 교회와 사회 안에서 의미 있는 활동에는 관심을 보이지만, 자신의 삶 전체를 내놓고 풀타임 사역자로 헌신하려는 경우는 과거보다 많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신학교육에 대한 필요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카리스에서는 다른 수요가 보였다. 이미 목회를 시작했거나 선교현장에 나가 있지만 학위와 체계적인 재교육 문제를 안고 있던 중장년층이었다.
김 목사는 이들이 카리스를 찾는 이유를 몇 가지로 분석했다. 온라인 수업을 통해 사역과 학업을 병행할 수 있다는 점, 비교적 학비 부담이 낮다는 점, Oikos University와 연계된 학위과정을 밟을 수 있다는 점 등이 그것이다. 여기에 목회자로서 필요한 신학적 재훈련까지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가 더해졌다.
그가 강조하는 것은 ‘쉬운 학위’가 아니다. 오히려 이미 사역하고 있는 목회자에게 다시 공부할 이유를 만들어주는 교육이다.
“정규 M.Div. 과정을 제대로 밟지 못했던 목사님들도 학위를 위해 입학합니다. 그런데 공부를 하면서 성경 중심의 교육에 만족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학위 취득’보다 중요한 것은 다시 사역할 자신감
김 목사가 카리스에서 가장 해결하고 싶은 문제는 자격의 문제와 사역의 자신감이다.
신학교육을 충분히 받지 못했거나 정규 학위가 없다는 이유로 목회 현장에서 스스로 위축된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그는 본다. 그래서 학위 자체가 목적은 아니지만, 필요한 교육과 객관적인 학력 요건을 갖추는 과정 역시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카리스의 목표도 같은 방향이다. 소명을 받았지만 여러 환경 때문에 사역자로서 필요한 준비를 충분히 갖추지 못했던 이들에게 다시 기회를 제공하고, 이미 목회하고 있지만 정규 M.Div. 학위 문제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졸업 이후에는 단순히 학력 한 줄을 추가하는 데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
“학위를 취득한 뒤 그동안 정규학위가 없어서 겪었던 자격의 문제를 해결하고, 사역에 좀 더 자신감을 가지고 임했으면 합니다.”
선교 38년 뒤에 깨달은 것, “사람을 세우려면 제도가 필요했습니다”
카리스의 설립 배경에는 김 목사의 오랜 선교 경험도 자리하고 있다.
그는 약 38년 동안 선교 사역을 이어왔다. 오랜 기간 사람을 세우고 사역의 기반을 마련해 주면서도 자신이 가진 것은 최대한 나눠주는 방식으로 선교해 왔다고 했다. 교회와 선교시설을 세우고 필요한 자원을 마련해 주면서도 이후의 운영은 현지 사역자들에게 맡기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한 가지를 새롭게 깨달았다. “제도라는 것이 필요하구나 하는 생각을 나이가 들면서 하게 됐습니다.” 과거에는 “하나님의 것이니 맡은 사람들이 알아서 하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흐른 뒤에는 사람을 지속적으로 세우고 사역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교육과 제도, 멤버십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체감했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오랫동안 섬긴 선교단체 역시 처음부터 체계적인 멤버십 구조를 갖췄다면 지금과는 또 다른 규모와 영향력을 갖게 됐을 것이라고 돌아봤다.
카리스선교신학원은 그런 경험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한 번 교육하고 떠나보내는 학교가 아니라, 사역자가 지속적으로 배우고 서로 연결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졸업하면 끝나는 학교가 아니었으면 합니다”
김 목사와 학교 관계자들은 앞으로 학생들이 학업을 마친 뒤에도 지속적인 교육과 교류가 필요하다는 데 뜻을 같이하고 있다.
재학생과 졸업생을 대상으로 정기적인 세미나나 오프라인 모임을 열고, 온라인 수업만으로는 만들기 어려운 공동체성과 학교에 대한 소속감을 형성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김 목사 역시 “학교에 대한 자긍심과 멤버십이 생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온라인 교육의 장점을 유지하면서도 일정 시점에는 학생들이 직접 만나 배우고 교제하며 서로의 사역을 확인하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카리스가 단순히 학위를 연결해주는 교육기관이 아니라 하나의 사역자 공동체로 발전하기 위해 넘어야 할 다음 단계이기도 하다.
조지아·필리핀·C국까지… 예상 밖으로 넓어진 학생층
학교를 시작할 당시만 해도 학생 규모는 크지 않았다. 그러나 온라인 교육의 특성 때문에 예상하지 못했던 변화도 나타나고 있다.
김 목사에 따르면 국내뿐 아니라 일본과 조지아, C국, 아프리카 지역의 학생들이 카리스에서 공부하고 있다. 필리핀에서는 현지 학생들이 번역된 강의를 통해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그는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된다면 카리스의 역할도 자연스럽게 넓어질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외형적 확장이 먼저는 아니다. 김 목사는 현재 준비 중인 학부과정과 ‘카리스대학’ 구상에 대해서도 아직은 “설립했다”거나 “운영한다”고 표현하기보다 ‘준비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 기존 신학교육의 기반을 먼저 다지고 학생들의 성과를 확인하면서 단계적으로 외연을 넓혀가겠다는 의미다.
“하나님께 기쁨이 되고, 사람에게도 인정받는 사역자”
김 목사가 5년 뒤 카리스를 통해 보고 싶은 모습은 거대한 학교나 많은 학생 수만은 아니다. 그가 기대하는 졸업생의 모습은 하나님께서 기뻐하시고, 동시에 사람들에게도 인정받는 사역자다.
소명만 강조하면서 준비를 가볍게 여기지 않고, 반대로 학위와 자격만 갖추고 사명의 본질을 잃어버리지 않는 사람을 세우겠다는 것이다.
김 목사의 38년 선교 경험이 카리스라는 학교로 이어진 이유도 결국 여기에 있다. 사람을 불러 모으는 것보다 사람을 제대로 세우는 일이 중요하고, 한 번의 훈련보다 지속적인 교육과 관계가 필요하다는 깨달음이다.
그래서 카리스가 겨냥하는 대상 역시 화려한 경력을 가진 사람이 아니다. 소명은 있었지만 기회를 얻지 못했던 사람, 이미 사역하고 있지만 다시 배우고 싶은 사람, 인생 후반전에도 새로운 사명을 준비하는 사람들이다.
김기홍 목사가 말하는 카리스의 존재 이유는 결국 한 문장으로 모인다.
“늦었다고 생각했던 사람에게, 다시 사역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