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은 있다, 그러나 내게 맞는 답은 질문해야 찾는다”
AI 개인화 시대 맞은 한국교회… 『목회트렌드 2027』이 던진 목회 질문
본문
프로그램에서 프로세스로, 전달에서 참여와 분별로
“정답의 시대가 저물고 질문의 시대가 왔다.”
목회트렌드연구소가 펴낸 『목회트렌드 2027: AI 시대의 교회 문화』가 제시한 핵심 문장이다. 그러나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등장은 정답 자체가 사라지는 시대라기보다, 누구에게나 같은 정답을 제시하던 시대에서 개인의 상황과 필요에 따라 ‘나에게 맞는 답’을 질문을 통해 찾아가는 시대로의 이동으로 읽을 수 있다.
AI는 사용자의 관심사와 맥락, 질문 방식에 따라 서로 다른 답을 제시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답을 알고 있느냐보다 어떤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어떻게 분별하느냐가 됐다. 이런 변화는 교회와 목회에도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교회는 여전히 정답을 전달하는 곳이어야 하는가, 아니면 성도들이 복음의 기준 안에서 자신의 삶에 맞는 답을 찾도록 질문하고 분별하는 능력을 길러주는 공동체가 돼야 하는가.
『목회트렌드 2027』은 AI를 단순한 기술적 도구가 아니라 인간의 사고방식과 삶의 양식을 재편하는 새로운 문명 환경으로 규정한다. 2027년 교회가 지향해야 할 방향으로 영적 지능(SQ), 문화 지능(CQ), 언러닝(Unlearning), 다음세대를 위한 문화적 전환 등을 제시한다.
기자회견에서도 ‘정답의 시대에서 질문의 시대로’라는 명제에 한 단계 확장된 질문이 제기됐다. AI는 개인화에 최적화된 기술인 만큼, 정답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개인이 자신의 상황에 맞는 답을 찾기 위해 더 정확하게 질문해야 하는 시대가 된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였다.
이 관점에서 보면 교회의 과제도 달라진다. 과거에는 교회가 하나의 정답을 제시하고 성도가 이를 수용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면, 이제는 성도들이 “왜 그런가”, “내 상황에서는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가”, “다른 선택지는 없는가”를 묻는 과정을 목회가 함께 감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도인 목사(아트설교연구원)는 이 과정에서 지성 회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목회자들의 독서와 글쓰기 문화가 약화됐다고 지적하며, 지성이 쌓여야 질문과 관심도 생긴다는 취지로 말했다. 자신도 글쓰기운동을 시작했고 독서운동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AI가 글을 대신 써주고 답을 즉각 제공하는 시대일수록 오히려 목회자와 성도에게 필요한 것은 답을 소비하는 능력이 아니라 그 답이 옳은지 판단하고 더 나은 질문을 던지는 능력이라는 의미로 읽힌다. 질문의 수준은 결국 사고의 수준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이상갑 목사(산본교회)는 목회의 구조 자체를 ‘프로그램 중심’에서 ‘프로세스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건강하게 살아남는 교회는 프로그램 중심 교회가 아니라 사람을 살리고 키우고 세우는 프로세스 중심 교회”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는 AI 개인화 시대의 특징과 맞닿아 있다. 모든 사람에게 같은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각 사람의 상황과 성장 단계에 따라 질문하고 선택하고 참여하도록 돕는 구조다.
산본교회 청년 공동체의 실험도 그 사례다. 교회가 청년들에게 정해진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대신 자신들이 낸 재정을 어떻게 사용할지 스스로 결정하도록 했다. 청년들은 선교와 사회적 약자 섬김 등에 재정을 사용했고, 이 목사는 재정 규모의 증가보다 “그들이 자기들의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공동체가 됐다”는 점을 더 중요하게 평가했다.
교회가 답을 대신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복음의 가치 안에서 다음세대가 스스로 질문하고 결정하고 책임지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는 ‘정답 전달형 목회’에서 ‘분별과 참여형 목회’로의 전환으로 볼 수 있다.
김철웅 목사(군포교회)는 같은 문제를 지역교회의 존재 이유라는 질문으로 풀어냈다. 그는 한 초등학교 앞 작은 문방구가 폐업 소식을 알리자 아이들이 “문을 닫지 말아 달라”는 쪽지를 붙였던 이야기를 소개했다. 이를 보며 “내가 목회하는 교회가 문을 닫는다고 할 때 지역주민 몇 명이나 와서 그런 편지를 붙일까”라는 질문을 하게 됐다고 했다.
김 목사는 지역주민이 “저 교회는 나를 생각하는 교회이고 우리 지역에서 없어져서는 안 되는 교회”라고 느끼게 하는 것이 오늘날 필요한 교회 문화라고 설명했다.
이 질문 역시 하나의 정답으로 모든 교회에 적용하기 어렵다. 군포의 교회와 농촌교회, 신도시교회, 도심교회가 지역사회에서 감당해야 할 역할은 서로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좋은 교회란 무엇인가’라는 기준은 같아도 그 답은 교회가 서 있는 지역과 사람들의 필요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나에게 맞는 정답’을 찾는 시대라고 해서 기독교의 기준까지 개인화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기자회견에서 분명히 언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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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성 목사(기쁨의교회)는 교회 문화의 고유성을 “그리스도의 희생과 하나님의 사랑”에서 찾았다. 그는 “교회 문화를 세상 속에 보여주려면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교회의 본질적인 문화는 사랑과 섬김이라고 강조했다.
또 책에서 강조하는 ‘포용성’이 복음의 고유성을 포기하는 의미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복음이 다른 종교와 구별되는 독특성을 지닌 것은 분명하지만, 지나치게 배타적인 전달 방식은 오히려 사람들의 마음을 닫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AI 시대의 ‘개인화된 정답’은 모든 것을 개인의 취향에 맡기는 상대주의와는 다르다. 기독교적 기준과 복음의 본질은 유지하되, 그 본질을 자신의 삶과 지역, 세대, 상황 속에서 어떻게 살아낼 것인가는 질문과 분별의 과정을 통해 찾아가야 한다는 의미다.
『목회트렌드 2027』의 문제의식을 이렇게 확장하면 2027년 한국교회의 과제도 보다 선명해진다. 정답을 포기하는 교회가 아니라, 정답까지 가는 질문을 가르치는 교회다. 하나의 프로그램을 모든 사람에게 적용하는 교회가 아니라, 복음의 기준 안에서 각자의 상황에 맞는 답을 찾도록 돕는 교회다.
AI는 앞으로 더 정확하고 개인화된 답을 제공할 것이다. 그럴수록 교회의 역할은 단순한 정보 전달에서 더 멀어질 수 있다. 무엇을 질문해야 하는지, 어떤 답을 선택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 선택을 어떻게 사랑과 책임의 삶으로 연결할 것인지 함께 분별하는 공동체가 되는 것. ‘정답의 시대에서 질문의 시대로’라는 명제가 한국교회에 던지는 더 본질적인 질문은 바로 여기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