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崔宣 칼럼] 경찰선교 60년, 이제 세계를 향해 나아갈 때다
본문
“현직 경찰을 제자로 세워 퇴직 후 선교사로”
“국내 경찰복음화를 넘어 세계 경찰선교로”
“통일시대 치안과 섬김을 준비하는 한국교회의 사명”
복음은 교회 안에 머물 수 없다.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은 가장 치열한 삶의 현장으로 들어가야 한다. 범죄와 갈등, 사고와 절망이 교차하는 곳,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경찰의 현장도 예외가 아니다. 그래서 지금 한국교회는 경찰선교를 다시 주목해야 한다.
서울경찰청교경협의회는 60년이 넘는 경찰 선교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그 중심에서 사명을 감당하는 지춘경 지도목사가 있다. 그는 현직 경찰관으로 서울경찰청 총경까지 재직한 뒤 퇴직했지만 경찰복음화의 현장을 떠나지 않았다. 오히려 퇴직 이후 국내 경찰선교를 넘어 세계 경찰선교라는 더 큰 비전을 품고 달려가고 있다.
경찰관들은 매일 범죄와 사고, 민원과 갈등의 최전선에 선다. 국민을 보호해야 하지만 때로는 비난과 오해도 감당해야 한다. 법을 집행하는 권한을 가진 만큼 더욱 높은 도덕성과 책임도 요구받는다. 바로 이 지점에서 복음의 능력이 필요하다.
경찰에게 필요한 것은 권력의 힘만이 아니다. 사람을 살리는 마음이다. 약자를 품는 긍휼이며, 자신에게 맡겨진 권한을 절제할 수 있는 양심이다. 예수 그리스도가 보여주신 서번트 리더십이 경찰의 삶과 조직문화 속에 뿌리내려야 하는 이유다.
말씀과 성령으로 무장한 경찰관 한 사람이 현장을 바꿀 수 있다. 정직한 경찰관 한 사람이 조직을 바꿀 수 있다. 시민을 섬기는 경찰관 한 사람이 경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시킬 수 있다. 그러므로 경찰선교는 단순한 직장선교 가운데 하나로 보아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의 치안과 국민의 삶에 직접 연결된 중요한 선교 현장이다.
이제 경찰선교도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예배와 전도에 머무르지 않고 사람을 세워야 한다. 현직 경찰관들에게 체계적인 신학교육과 제자훈련의 기회를 제공하고, 퇴직 이후에는 자신의 경찰 경험과 전문성을 국내외 선교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야 한다.
현재 신학교육을 받은 경찰관들이 40명 가까이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매우 귀한 씨앗이다. 이들이 지성과 영성, 인성을 고루 갖춘 경찰선교의 지도자로 성장하도록 한국교회가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현직에 있을 때 신학을 공부하고 훈련받은 경찰관이 퇴직 이후 선교사가 되어 다시 경찰의 세계로 들어간다면 얼마나 강력한 선교 자원이 되겠는가. 경찰의 언어를 알고 조직문화를 알며, 현장을 알아 경찰관들의 아픔을 아는 선교사가 세워지는 것이다.
이를 위해 경찰선교를 총체적으로 연결하는 ‘플랫폼 선교센터’가 필요하다. 교육과 장학, 제자훈련과 선교사 양성, 국내 경찰복음화와 해외 경찰 네트워크를 하나로 연결하는 중심축이 있어야 한다.
감사하게도 이미 이 사역을 위해 자신의 것을 내어놓는 헌신자들이 나타나고 있다. 거액을 후원하고 사업 수익을 해외선교와 장학사업에 사용하며, 퇴직 이후 받는 연금 가운데 일부까지 장학금으로 내놓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 기독교인이 아닌 이들 가운데서도 이 사역의 취지에 공감해 장학금과 후원금을 내놓으며 사역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것은 경찰선교가 단순히 한 교회의 사역이 아니라 사람을 세우고 사회를 섬기는 운동으로 확장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세계 경찰선교의 문도 열리고 있다. 그동안 몽골과 필리핀을 비롯해 아프리카 여러 나라와 튀르키예, 그리스 등의 경찰 관계자들과 교류하며 세미나와 복음전도 사역이 이어져 왔다. 그 과정에서 복음을 받아들이고 신앙을 갖게 된 해외 경찰 관계자들도 있다.
특히 2027년 5월에는 우간다를 비롯한 아프리카 국가들의 경찰 관계자 약 40명을 초청해 세미나를 개최하는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세계 경찰들이 대한민국에서 복음을 듣고 변화되어 다시 자기 나라의 경찰조직으로 돌아간다면 경찰선교는 자연스럽게 세계선교로 확장될 수 있다.
한 사람의 경찰관을 복음으로 세우는 일은 결코 한 사람의 변화로 끝나지 않는다. 그의 가족과 동료, 그리고 현장에서 만나는 수많은 시민에게까지 선한 영향력이 이어질 수 있다. 더 나아가 한 나라의 경찰 지도자가 복음으로 변화된다면 그 파급력은 조직과 사회 전체로 확장될 수 있다. 이것이 경찰선교가 곧 세계선교로 이어질 수 있는 이유다.
한반도의 미래를 생각할 때도 경찰선교는 중요하다. 남북관계에 큰 변화가 일어나거나 통일의 시대가 열린다면 사회질서를 유지하고 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경찰의 역할은 더욱 커질 것이다.
통일은 정치적 선언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무너진 질서를 세우고 주민을 보호하며 서로 다른 사회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새로운 공동체를 이루도록 돕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 현장의 최전선에 경찰이 서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통일을 준비하는 한국교회가 경찰선교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북한이탈주민의 정착 과정에서도 경찰을 비롯한 여러 관계기관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들을 보호하고 안정적인 정착을 돕는 과정에서도 사랑과 섬김의 정신이 필요하다. 미래 통일시대의 가교가 될 북한이탈주민들을 품고 섬기는 일 역시 한국교회와 경찰선교가 함께 고민해야 할 영역이다.
경찰선교는 공권력의 책임과 신앙의 자유 사이에서 분명한 기준을 지켜야 한다. 복음은 강요가 아니라 삶과 섬김으로 드러나야 하며, 국민의 종교적 자유와 법질서는 철저히 존중돼야 한다. 그렇기에 경찰선교는 더욱 성숙하고 절제된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법률 전문가와 경찰 실무자, 목회자와 선교 전문가가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 공직자의 신분을 존중하면서도 어떻게 복음의 가치를 삶으로 실천할 것인지, 어떻게 시민을 섬기고 조직을 건강하게 만들 것인지 구체적인 길을 찾아야 한다. 경찰선교의 목적은 경찰에게 힘을 더해 주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힘을 절제하도록 하는 데 있다.
신앙은 권력을 자랑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권력을 내려놓고 섬기게 해야 한다. 복음은 높은 자리에 올라가는 수단이 아니라 낮은 자리에서 국민을 섬기게 하는 능력이 되어야 한다.
경찰관이 제복을 입기 전에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입고, 권한을 행사하기 전에 하나님 앞에서 자신을 돌아보며, 시민을 통제의 대상이 아니라 섬겨야 할 이웃으로 바라본다면 경찰의 현장은 달라질 수 있다.
대한민국 경찰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중요한 공적 기관이다. 그렇기에 경찰복음화는 교회만의 관심사가 아니다. 정직하고 정의롭고 국민을 섬기는 경찰을 세우는 것은 대한민국 공동체를 건강하게 만드는 일이기도 하다.
이제 한국교회가 경찰선교를 위해 더 힘써 기도해야 한다. 사람을 세워야 하고 훈련해야 한다. 그리고 장학금을 제공하여 사역자로 삼아 국내와 세계로 보내야 한다.
경찰선교 60년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점이다. 국내 경찰복음화를 넘어 세계 경찰선교로, 오늘의 치안을 넘어 통일시대를 준비하는 선교로 나아가야 한다. 복음으로 무장한 경찰관들이 대한민국 곳곳에서 국민을 섬기고, 세계 여러 나라의 경찰 현장에서도 생명의 복음을 전하는 날을 기대한다.
정의가 강물같이 흐르고 공의가 마르지 않는 사회, 권력보다 섬김을 앞세우고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경찰, 그 길에 복음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제 한국교회가 경찰선교의 새로운 60년을 함께 열어야 한다.
최선 박사(Ph.D.,Th.D.)
칼빈대학교 대우교수
서울경찰청교경회 지도위원
신문·방송 칼럼니스트
SBCM KOREA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