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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층에서 떨어진 날, 그는 다시 살기 시작했다
추락과 세월호의 절망을 지나 요한복음 3장 16절로 돌아오기까지

유현우 기자
작성일 2026-02-18 23:50

본문

<대한민국 기독교 인물 열전 17> 생명빛교회 김준태 목사

 김준태 목사의 집안은 대대로 불교와 유교 제사를 지내던 가문이었다. 할머니는 새벽마다 장독대 앞에 정안수를 떠 놓고 빌었다. 집안의 제사는 1년에 여러 차례 이어졌고, 적장자였던 할아버지가 집안의 대소사를 주관했다. 신앙의 유전은 그에게 없었다. 교회는 믿음의 공간이 아니라 놀이터에 가까웠다.

처음 교회를 간 것은 서울 왕십리의 한 감리교회였다. 설교는 또렷이 기억나지 않지만, 앞마당에서 사촌들과 뛰놀던 장면은 선명하다. 그 시절 그는 싸움과 방황에 가까웠다. 학교에서는 하루에도 몇 번씩 다툼이 있었고, 교회 안에서도 거친 문화가 일상이었다.

전환점은 중학교 2학년 겨울이었다. 한 전도사가 부임해 찬양단을 조직했고, 본당에서 찬양 연습을 하던 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사람이 저렇게 하나님께 찬양할 수 있구나.” 그 인상이 마음에 남았다. 부목사의 말 한마디로 얼떨결에 담임목사실에 들어갔고, “신학을 하겠다는 말이 그의 의지와 상관없이 먼저 선포되었다. 안수기도를 받던 순간, 그는 당황했지만 어딘가에서 인생이 방향을 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방향이 곧 성숙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가정은 무너졌다. 부모의 불화와 가난은 일상이 되었다. 어머니는 집을 떠났고, 그는 진학과 미래를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여러 대학에 합격했지만, 끝내 신학의 길을 선택했다. 그 결정이 확신에서 비롯된 것인지, 떠밀린 것인지는 스스로도 명확히 설명하지 못한다.

군 제대 후 그는 순경 특채로 공직에 들어갔다. 그러나 상관 폭행 사건으로 파면되었다. 분노는 그 안에 쌓여 있었고, 통제되지 않았다. 이후 간판과 광고 사업을 시작해 큰돈을 벌었다. 팀을 꾸리고 현장을 돌며 교만이 자라났다. 술과 접대, 타협이 반복되었다. 그러다 부하 직원의 횡령과 사기로 모든 것을 잃었다. 구치소를 다녀온 뒤에는 빚 독촉을 피해 다녀야 했다. 그는 그 시간을 세상과 부모를 원망하던 시기라고 말한다.

13층에서의 추락은 또 다른 경계선이었다. 대형 현수막을 설치하다가 로프가 풀렸다. 떨어졌다. 병원에 누워 있는 동안에도 그는 자신의 삶을 정리할 여유가 없었다. 여전히 버텨야 할 현실이 앞에 있었기 때문이다.

진짜 무너짐은 세월호 현장이었다. 그는 보건복지부 소속 재단법인 국제응급봉사회 사무국장으로 일하던 중 정부 요청에 따라 진도 체육관으로 파견되었다. 그곳에서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울고 있는 유가족 앞에서, 자신이 배운 신학과 경험은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창세기의 혼돈과 공허가 사람 안에 있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고 그는 말한다. 오히려 이단 단체들이 먼저 다가가 식사와 옷을 챙기는 모습을 보며 깊은 자괴감을 느꼈다. 이후 우울증과 공황, 실어증이 찾아왔다. 그는 현장을 떠나야 했다.

회복은 요한복음 316절에서 시작되었다. 오래 알고 있던 구절이었지만, 그날은 다르게 들렸다.

예수님을 안 것은 10년 조금 넘습니다.”

그는 그렇게 고백한다. 신앙생활은 오래했지만, 복음이 자신의 삶 한가운데 들어온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는 뜻이다. 그는 그 말씀 앞에서 몇 시간을 울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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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의 목회는 이전과 다른 결을 지닌다. 논산의 작은 공동체 교회에서 시작해, 천안의 합주실에서 8명과 예배를 드렸다. 십자가도, 강대상도 없었다. 그러나 그는 그 시간을 가장 귀했던 2시간이라고 기억한다. 교회 매입과 건축 문제로 빚을 지고 경매 위기를 겪었으며, 202411월에는 중환자실에 실려 갔다. 지병과 합병증으로 생사를 오갔다. 눈을 뜬 뒤 떠오른 말씀은 욥기의 고백이었다. “빈손으로 왔으니 빈손으로 간다.”

그는 교회의 본질을 세 가지로 정리한다. 모이고, 세우고, 보내는 일. 그리고 그 중심에는 순결함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순결함이란 하나님 앞에 서는 태도, Coram Deo. 재정과 확장이 목적이 아니라, 복음과 선교, 이웃 사랑이 분리되지 않는 자리다.

청년들에게 그는 말한다. “하나님은 우리를 운명으로 살게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덧붙인다. “나는 하나님의 꿈입니다. 그리고 내 꿈은 하나님이 이끄십니다.”

그의 삶은 여러 번 무너졌다. 그러나 그는 그 무너짐을 지우지 않는다. 오히려 그 자리에서 복음을 다시 배웠다고 말한다. 생명빛교회는 아직 크지 않다. 입당을 준비하고, 재정을 고민하며, 여전히 현실과 씨름한다. 그럼에도 그는 확신한다. 사람이 마음으로 계획할지라도 이루시는 분은 하나님이라고.

새벽, 그는 여전히 기도한다.

자신이 하나님의 꿈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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