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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탄의 언어 앞에 선 은평제일교회, ‘환대’로 응답
은평제일교회 심하보 목사, 시위 현장 앞에 ‘라면 1000상자’와 따뜻한 커피로 응대

유현우 기자
작성일 2026-01-15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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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은평제일교회 앞은 이날 이례적으로 거친 언어와 긴장감이 오가는 공간이었다. 확성기를 통해 극우”, “혐오”, “내란이라는 표현이 쏟아졌고, 교회를 향한 규탄 구호가 이어졌다. 정치적 주최가 명시된 집회였고, 발언 수위 또한 결코 낮지 않았다.

그러나 그 한복판에서 교회가 선택한 대응은 예상과 달랐다. 맞대응도, 해명도, 항의도 아니었다. 은평제일교회 담임 심하보 목사는 교회 앞 시위 현장에 은평구에 전달할 사랑의 나눔 라면 1000상자를 쌓아 올렸고, 그 옆에 뜨거운 물과 커피, 종이컵을 준비한 테이블을 놓았다. 안내문에는 짧은 문구가 적혀 있었다. “추운데 따뜻한 커피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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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대가 모여 있는 바로 그 자리였다. 교회 담장을 넘어선 공간도 아니었고, 내부에서 조용히 나누는 행사도 아니었다. 규탄이 벌어지는 그 현장 앞에, 나눔을 꺼내 놓은 선택이었다.

심하보 목사는 매년 이어오던 나눔 사역을 이번에도 멈추지 않았다. 상대가 누구인지, 어떤 언어를 사용하는지와 상관없이, 교회가 해야 할 일을 하겠다는 태도였다. 그는 시위자들을 위해 화장실 개방하며 불편함이 없도록 배려했다. 갈등 상황 속에서도 교회 문은 닫히지 않았고, 테이블은 치워지지 않았다.

이 장면은 단순한 미담이 아니다. 이는 갈등 앞에서 교회가 어떤 얼굴을 드러낼 것인가에 대한 선택의 문제다. 규탄의 언어에 규탄으로 응답할 것인가, 공격에 방어로 맞설 것인가, 아니면 전혀 다른 길을 선택할 것인가. 심하보 목사의 선택은 분명했다. 대응이 아니라 태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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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는 목사냐, 민주주의의 적이냐와 같은 극단적 표현까지 등장했다. 그러나 그 언어의 온도와는 전혀 다른 온도의 행동이 그 자리에 놓였다. 라면 상자와 커피 테이블은 말이 아니라 몸으로 보여준 신앙의 방식이었다.

지금 한국교회는 사회적 갈등의 한복판에 서 있다. 정치, 이념, 세대, 가치의 충돌이 교회 문 앞까지 밀려온 시대다. 그때 교회는 무엇으로 자신을 증명할 것인가? 성명서인가, 해명인가, 변론인가. 아니면 여전히 사랑이라는 언어를 선택할 용기인가.

은평제일교회 앞 풍경은 그리스도인에게 조용한 질문을 던진다.

당신의 교회 앞에 적대자가 서면, 당신은 무엇을 꺼내 놓겠는가.”

규탄의 소리보다 더 크게 들린 것은, 이날 교회가 내놓은 침묵의 메시지였다. 라면 상자와 따뜻한 커피가 말해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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