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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남교회, 지역 보훈을 기록과 계승으로 잇다
17년째 참전 유공자 섬김… 증언집 『용사는 말한다』로 다음세대에 자유의 기억 전수

유현우 기자
작성일 2026-06-24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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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증언집 『용사는 말한다』를 펴치고 있는 모습>

복음의 가치를 보훈의 가치로새로남교회

새로남교회(담임 오정호 목사)6·25 참전용사 보훈 사역이 갖는 가장 큰 특징은 지역교회형 보훈이다. 새로남교회는 자신이 자리한 대전 지역의 참전 유공자들을 해마다 초청해 감사와 예우를 전해 왔다. 보훈은 멀리 있는 역사적 인물을 기리는 일만이 아니다. 같은 도시, 같은 지역 안에 살아온 참전용사들의 이름을 기억하고, 그들의 희생을 공동체의 감사로 받아들이는 일에서 시작된다.

대전 새로남교회는 6·25 남침 한국전쟁 76주년과 정전 73주년을 맞아 지난 618일 교회 글로리홀에서 17회 참전 유공자 위로 및 감사 행사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대한민국 6·25 참전유공자회 대전광역시 서구지회 소속 참전 유공자 41명과 보훈 관계자, ·관계 인사, 교회 교역자와 성도들이 참석했다. 새로남교회가 2010년부터 이어온 참전용사 섬김은 올해로 17년째를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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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오정호 목사가 참전용사들에게 큰 절을 하는 모습>

이 사역의 상징적 장면은 오정호 목사의 큰절이다. 오 목사는 해마다 참전용사들 앞에 나아가 감사의 마음을 담아 큰절을 올려 왔다. 올해 행사에서도 그는 참전 유공자들을 향해 몸을 낮추며 감사를 전했다. 큰절은 단순한 예절이 아니다. 자유를 지킨 세대 앞에서 오늘의 세대가 어떤 자세로 서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신앙적 표현이다. “우리가 누리는 자유는 당신들의 희생 위에 있습니다라는 공동체의 고백이 그 안에 담겨 있다.

오 목사는 워싱턴 D.C. 한국전쟁 참전기념공원에 새겨진 문구 “Freedom Is Not Free”, 자유는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를 소개하며 오늘의 자유 대한민국이 참전용사들의 피와 땀, 숭고한 희생 위에 세워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작년에 오셨던 분 중 소천하셔서 올해 보이지 않는 분들이 계셔 안타깝고 가슴이 아프다참전 유공자 마지막 한 분이 계실 때까지 이 위로 행사는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새로남교회의 보훈은 감사 행사에 머물지 않는다. 교회는 6·25 한국전쟁 70주년을 맞아 참전용사 76인의 증언을 담은 책 용사는 말한다를 발간했다. 이 책은 참전용사들을 직접 찾아가 인터뷰하고, 그들의 기억을 최대한 그대로 담아낸 증언집이다. 1부에는 6·25전쟁 개관을, 2부에는 참전용사들의 증언을 실었고, 후반부에는 후세대가 참전용사들에게 전하는 감사 메시지를 수록했다.

용사는 말한다는 새로남교회 보훈 사역의 깊이를 보여준다. 교회는 참전용사를 초청해 감사패와 격려금을 전달하는 데서 멈추지 않았다. 전쟁의 참혹함과 조국을 지키기 위해 청춘을 바쳤던 이들의 육성을 기록으로 남겼다. 전쟁터에서 친구를 잃은 기억, 배고픔과 두려움 속에서 버텨낸 시간, 포탄 속에서 살아남은 경험, 조국을 위해 생명을 걸었던 고백이 책 안에 담겼다. 이는 전쟁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가 참전용사의 언어를 통해 자유의 대가를 배우도록 한 기록 사역이었다.

오 목사는 발간사에서 지금의 자유 대한민국은 우연의 열매가 아니라 참전용사들의 피맺힌 조국 사랑과 자유 사랑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밝혔다. 또 전쟁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는 참전용사들에게 물을 때 비로소 동족상잔의 비극을 조금이라도 알 수 있다고 했다. 이 고백은 새로남교회 보훈 사역의 핵심을 잘 보여준다. 기억은 저절로 이어지지 않는다. 묻고, 듣고, 기록하고, 다음세대에게 전할 때 비로소 공동체의 유산이 된다.

올해 행사에서도 다음세대 교육의 의미는 분명히 드러났다. 새로남기독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은 무대에 올라 아름다운 나라좋은 이웃을 합창하며 참전 영웅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로이스여성중창단과 브라보남성중창단의 공연도 이어졌다. 참석자들은 태극기를 흔들며 대한민국 만세를 외치고,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함께 부르며 행사를 마무리했다. 참전용사의 희생을 기억하는 자리가 다음세대의 노래와 고백으로 이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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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참전영웅 임노봉 어르신께 정부를 대신해 제복을 입혀드림>

새로남교회의 17년 보훈은 예우와 기록, 교육이 함께 가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2023년 정전 70주년 행사에서는 국가보훈부의 영웅의 제복수여식이 진행됐고, 오 목사가 참전 유공자 대표에게 직접 제복을 입혀드리는 장면이 큰 울림을 주었다. 2024년에는 오 목사가 참전용사 섬김의 공로를 인정받아 정부로부터 국민포장을 수여받았다. 그러나 오 목사는 그 공을 자신이 아닌 오랜 시간 기쁨으로 참전용사를 섬겨온 새로남교회 성도들에게 돌렸다.

이제 한국교회 보훈 사역은 중요한 전환점 앞에 서 있다. 참전용사들의 평균 연령은 이미 90세를 넘었다. 매년 행사장에 오던 이들 가운데 다음 해에는 보이지 않는 이들이 생기고 있다. 그렇기에 교회가 해야 할 일은 더 분명해졌다. 살아 계신 참전용사를 찾아 예우하는 동시에, 그들의 이름과 증언, 사진과 신앙의 흔적을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새로남교회의 용사는 말한다는 바로 이 과제에 대한 지역교회의 응답이다.

기독교 신앙은 기억의 신앙이다.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기억하며 예배한다. 죄와 사망 아래 있던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이 땅에 오신 그리스도의 희생은 교회의 감사와 찬양의 중심이다. 물론 그리스도의 십자가 희생과 참전용사의 희생은 동일한 차원의 사건이 아니다. 십자가는 인류 구원을 위한 유일한 구속 사건이다. 그러나 그 은혜를 기억하는 신앙은 이 땅에서 누리는 자유와 평화 역시 누군가의 희생 위에 세워졌음을 깨닫게 한다.

그런 점에서 새로남교회의 보훈 사역은 복음의 기억을 지역교회의 자유 기억으로 확장한 사례라 할 수 있다. 참전용사 앞에 큰절을 올리고, 감사 편지를 전하고, 증언집을 발간하고, 다음세대가 노래로 화답하게 한 것은 자유의 은혜를 당연하게 여기지 않겠다는 교회의 신앙적 응답이었다.

복음은 은혜를 기억하게 하고, 보훈은 희생을 기억하게 한다. 새로남교회의 17년 보은은 그 두 기억이 지역교회의 자리에서 만난 사례다. 한국교회가 복음의 가치를 보훈의 가치로 이어갈 때, 보훈은 국가의 의전을 넘어 다음세대에게 전해야 할 신앙의 유산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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